일요일 아침이었다. 여의도로 출근하던 때였다. 여의도는 휴일에 많이 한산한 편이다. 아마도 평일에 출근하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서 일 것이다. 한산한 여의도로, 나는 평일에는 전철을 타고 다녔었지만, 평소와는 달리 차를 몰았다. 하고 있던 일에 문제가 생겼단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교차로에서 좀 급히 서기는 했지만, 뒤의 차도 몹시 급했던 모양이다. 뒤차에게 받혀버렸다. 심하진 않았지만 출근을 해야 해서, 서둘러 사고처리를 하고 차를 정비소로 보내 버렸다. 흔하지 않은 출근이라서 정신이 없었는 던 것일까, 아침부터 번거롭게 돼 버렸다. 아내가 나중에 알면 걱정할까 싶어서 집에 전화를 했다. 큰 사고는 아니고 다른 문제는 없다고 했고, 아내도 그냥 알았다 했다. 그냥 그런 줄 알았다.
출근해서 일이 생각했던 데로 잘 처리되어, 번거로운 출근을 한 보람이 있었다. 집에서 전화가 왔다. 일이 거의 마무리가 된 오후에 아내가 사무실 근처로 왔다. 난데없이 아내가 한강 유람선을 타자고 했다. 여의도라 선착장이 가까워서 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좀 어색했다. 보통 서울 사람들은 매일 보는 한강에서 유람선까지는 잘 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아내가 타자고 하니 오래간만에 연애하는 분위기로 유람선을 탔다.
문득 아내가 임신이라고 했다. 왜 유람선을 타자고 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솔직히 기쁘기 보다는 얼떨떨했다. 텔레비전에 흔히 나오는 것처럼 마냥 즐겁기만 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난 아이를 바라지 않았었다.
아내는 결혼하고 몸이 좋지 않아 병원 신세를 자주 지게 되었다. 원래 나는 아이를 무척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걱정이 늘 거라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런데 아기가 생겼다니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 것이 사실이었다. 아내도 그런 마음이었는지 조심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무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있었단다. 아마도 기쁘고 놀라웠겠지만 그만큼 겁도 났을 것이다. 나처럼. 그래서 아침에 가벼운 교통사고가 다른 때보다 더 신경 쓰였던 것이다. 아빠가 될 나에게 제일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요즘은 옛날과 달리 의학이 발달해서, 아이 낳은 것을 걱정하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평범함이 부러운 일이었다. 몸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는 임신은 절실하지만 비장한 일일 수 있다. 아내가 몸을 추스른 후로 한동안 평범하게 지내고 있었던 우리 부부에게 기쁨과 비장함이 함께 온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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