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들이 있다. 아들이 초등학생 시절에 가끔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에게 전화를 하곤 했었다. 뭐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갖고 싶은 것이나, 무슨 영화를 보자던지, 친구와 다퉜다는 그런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단지 전화를 해주는 것뿐인데, 나에게 사랑 받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녀석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나는 한참 전에 나쁘지 않은 아빠가 되기로 했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속담이 있다. 이것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뜻일 것이다. 꼭 미신을 믿어서는 아니지만, 손 없는 날을 잡아서 이사 가는 풍습은 요즘도 있다. 손 없는 날은 운세가 좋은 날이 아니라, 운세가 나쁘지 않은 날이라고 한다. 이 풍습도 욕심 내지 않고 나쁘지 않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았던 삶의 지혜였을 것이다.
지금은 초등학교 거쳐 중학생이 된 아들을 보면서,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았구나 하고 지난 날을 돌아보려 한다. 이제 사춘기도 겪을 것이고, 더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렇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나쁘지 않은 아빠가 되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나중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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